성경매일묵상 (사무엘상 13장 5~15절)

 전쟁을 앞둔 군대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사기입니다. 그런데 '블레셋'과의 전쟁을 앞둔 '이스라엘' 군대의 사기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블레셋' 군대는 바다의 모래알 처럼 많았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은 수천에 불과했고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나마 '사무엘'이 속히 와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려주길 바랬지만, 약속한 시간에 '사무엘'이 나타나지 않자, 군대는 동요했고 탈영병까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울'이 내린 선택은, 자기가 직접 제사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울'이 제사를 드리고 난 후 '사무엘'이 나타나 이를 심하게 책망합니다. 하나님은 오직 제사장만이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정하셨기 때문이지요. 본문 11절엔 이에 대한 '사울'의 변명이 나타나 있습니다. "백성은 내게서 흩어지고 당신은 정한 날 안에 오지 아니하고 블레셋 사람은 믹마스에 모였음을 내가 보았으므로(삼상13:11)”라는 이유였지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것은 불순종을 정당화하는 핑게일 뿐입니다. '사무엘'이 제 시간에 오지 않았다면 그것은 '사무엘'의 잘못이지, 하나님 잘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나를 힘들거나 어렵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엉뚱하게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불순종을 정당화 할 때가 있습니다. '사울'이 정말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일들 때문에, 하나님이 금하신 일을 할 수 없었겠지요. 이처럼 인간이 인간을 다스리는 왕정 제도는, 사람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북이스라엘'이 초대 왕이었던 '여로보암' 이래 대대로 '벧엘'과 '단'의 우상에게 예배하는 잘못을 되풀이 된 것을 보십시오. 마찬가지입니다. '사무엘'이 설령 시간에 늦었다고 해도, 그게 하나님의 일을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되는 권한을 부여해 주는 것이 아님에도 '사울'은 거리낌 없이 그 일을 자행했습니다. 이것은 '사무엘'을 멸시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멸시한 것입니다. 우리의 정당함이 하나님을 거역하는 도구가 되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 정구윤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