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매일묵상 (사무엘하 13장 23~29절)

 오늘 본문은 '압살롬'이 자신의 친 누이 '다말'을 욕보인, 이복형 '암논'을 죽인 이야기입니다. '압살롬'은 2년 동안을 잠자코 있다가, 양털 깎는 축제에 '암몬'을 초청해서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복수극이 일어나기 전, 사무엘하 13장 21절을 보면, 아버지 '다윗'은 자기 형제들 간에 일어난 모든 이야기를 듣고서 심히 노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그만이었습니다. 이처럼 '다윗'의 가정에 형제 사이에 있어서는 안될 패악과 살육이 벌어진 것은, 아버지 '다윗'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암논'의 죄를 알고도 단지 화를 내는 것으로 지나갔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오늘 본문은, 2년을 기다린 '압살롬'이 스스로 '암논'을 징벌하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왜 압살롬이 2년을 기다렸을까 하는 점입니다. 물론 완벽한 복수극을 연출하기 위해 때를 기다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순수하게 아버지 '다윗'의 처리를 기다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셨으니까, 아버지가 해결하시겠지. 아버지가 왕일 뿐 아니라 재판장이시니까 아버지가 처리하시겠지.'라고 생각했을 수 있었겠지요. 그런데 2년이나 기다렸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압살롬'이 스스로 칼을 빼든 것입니다. 왜 '다윗'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을까요? 어쩌면 '다윗'의 입장에서는 파렴치한 죄를 저지를 '암논'을 처벌할 염치가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이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범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던 '다윗'이었기에, '암논'이 그런 일을 행하였을 때, 하나님의 법도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다윗'이 범죄했을 때 '칼이 네 집을 떠나지 아니하리라'는 징벌을 내리셨고, 자식들 간의 비극은 그 결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잃어버린 '다윗'은 왕이라는 신분을 떠나 아버지로서조차도 자식들에게 올바른 훈계를 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가 우리 입에 자물쇠를 채울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늘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진실하기를 소망합니다. - 정구윤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