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매일묵상 (시편 119편 57~72절)

 시편 117편이 성경전체에서 가장 짧은 장이라면, 시편 119편은 성경 전체에서 가장 긴 장입니다. 시의 각 절이 히브리어 알파벳으로 시작되는 형식을 '답관체'라고 하는데, 총 22자인 히브리어 자음으로, 한 자 마다 8절 씩 써내려갔기 때문에 176절로 구성된 것입니다. 그런데 시편 119편의 별명은 '말씀 시편'입니다. 176절 중에서 단 4절(84, 90, 122, 132절)을 제외한 나머지 172절이 모두 하나님의 말씀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말씀을 강조함으로써 말씀이 얼마나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인지를 강조합니다.

 시인은 67절에서, "고난 당하기 전에는 내가 그릇 행하였더니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나이다(시119:67)"라고 노래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아무 문제가 없는 평탄한 삶이 가장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문제없는 인생은 하나도 없으며, 고난이 없는 게 항상 좋은 것 만은 아닙니다. 고난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무엇이 부족한가를 알고, 하나님과 더 깊고 친밀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둑'에서는 '복기'(復碁)가 중요합니다. 비록 한 번 패했더라도 '복기'를 통해 자신이 어디에서 실수했는가를 깨닫고, 그것을 고쳐나갈 때 발전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이 잘 되면, 우리는 말씀에 불순종하고 내 고집대로 살기 쉽습니다. 고난이 닥쳐와야 비로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복기'해 보게 되지요.

 물론 고난은 여러 면에서 우리 육신을 지치고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그로인해 다시 하나님을 의지하고 말씀에 순종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복이 됩니다. 성경은 "부당하게 고난을 받아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으면 이는 아름다우나 죄가 있어 매를 맞고 참으면 무슨 칭찬이 있으리요(벧전2:19~20)"라고 권면합니다. 나의 고난이 전자의 고난이라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후자의 고난이라면 다시 말씀 앞에 순종할 수 있는, 시인의 지혜가 회복되길 소망합니다. - 정구윤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