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매일묵상 (사무엘상 19장 9~17절)

 농부가 사냥꾼에게 쫒기던 여우를 숨겨주었습니다. 사냥꾼이 오자 농부는, '아무 것도 못봤습니다.'라고 하면서, 손가락은 여우가 숨은 곳을 가리켰지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사냥꾼은 사라졌고, 여우는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도 안하고 가니?' 농부가 묻자 여우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합니다. '당신의 입은 괜찮은데, 손가락이 문제군요.' 우리가 진심으로 남을 도우려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해야 합니다.

 '미갈'은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는 것을 알고 도망치게 합니다. 기분이 상한 '사울'은 어째서 아버지를 속였느냐?'고 묻는데, 사실 이 질문은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아내로서 남편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갈'의 대답이 조금 이상합니다. 본문 17절 후반부를 보면, “미갈이 사울에게 대답하되 그가 내게 이르기를 나를 놓아 가게 하라 어찌하여 나로 너를 죽이게 하겠느냐 하더이다(삼상19:17)”고 변명하고 있지요. '다윗'이 아버지의 계략을 간파하고 자기를 협박 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꾸몄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아버지가 두려워서 둘러댄 말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윗'을 죽이는 것은 하나님께 죄를 짓는 것이라고 직언했던 '요나단'의 태도와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미갈'은 '다윗'을 죽이려는 '사울'이 잘못된 게 아니라, 자기를 위협하면서 도망친 '다윗'이 피도 눈물도 없는 무정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미갈'의 태도는, 갑작스런 문제를 만나면 중심없이 우왕좌왕하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유사합니다. 우리는 혹시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하지 말아야 될 말들을 너무 쉽게 뱉어낼 때는 없었습니까?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중심을 보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말도 듣고 계십니다. 그래서 시인은,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속자이신 여호와여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시19:14)"고 노래한 것이지요. - 정구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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