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이곳 연해주의 5월은 너무나 아름다운 계절인 것 같습니다. 어디에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캘린더에 올릴만한 풍경들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림 같은 집에 푸른 초원이 펼쳐있고, 멀리 들판에는 소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막 연한 초록으로 옷을 단장하고 있습니다. 길고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나왔기에 더욱 아름답지 않나 생각됩니다.
최근 얼마 동안은 참으로 바쁘고 분주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구나 할 정도로 시간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이 시간도 그처럼 분주하게 보내야만 되는 시간인데 가만히 있어야 하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관리기 사용 부주의로 다리를 다쳐 당분간 목발을 딛고 다녔습니다. 매일 영농사역을 위해 기도할 때마다 성령보다 기도보다 앞서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앞서서 행동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됩니다.
크레모바의 가정예배는 아름답게 정착하고 있습니다. 아픈 나리사를 걱정하는 동네 지인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의 말씀을 알아가고 나리사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나리사는 주일날 교회로 출발하기 전에 몰핀을 한대 맞고, 예배시간 중간에 다시 맞아야 하는 아픔가운데도 예배를 사모하는 자매로 자랐습니다.
작년 추석방문 때 나리사의 회복을 위해 방문한 모든 이들이 합심해서 기도해 주셨고, 또 많은 분들이 기도해주셔서 믿음이 자라가고 믿음으로 견디고 있습니다.
요 근래에는 거의 일주일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주님의 때를 준비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리사는 남아있는 가족, 특히 남편 에브게니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에브게니가 아직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한 터라 나리사를 통해 남편도 주님을 영접할 수 있는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크레모바 영농센터에서는 올 처음으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50미터 짜리 8개동과 25미터짜리 2개동을 활용하여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절반은 바쥠과 에브게니가 우리가 지원하여 농사를 짓는 형태로 농사를 하도록 하였고, 4개동에서는 향후 소득작물을 위한 시범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봄딸기인 설향을 들여왔고, 여름딸기로는 일본품종인 뻬치까와, 미국품종인 알비온을 심었습니다.
10여 년전 딸기 재배에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공부하고 있고 여러 영농기술자들의 조언들을 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작물은 복분자 시범재배입니다. 횡성 농업기술 센터장을 지내셨던 고창덕 박사님이 틈나는대로 방문하셔서 복분자와 아로니아, 비타민나무 재배에 대한 지도를 해주시고 계십니다.
한국의 경우 600평에 복분자를 심어 잘 재배하면 한 가족의 자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것을 횡성군에서 실현시키신 분이시기에 더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비타민 나무의 경우 아주 유망한 품종입니다. 추운 지방에서만 잘 자라는데 한국의 경우 10여 년 전에 재배를 시작했지만 더운 날씨 때문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품종입니다.
욕심을 내어 복분자와 비타민나무, 다래, 블랙베리, 아로니아를 파종하여 각각 1000여주 이상의 묘목을 기대했는데 비타민나무 절반 정도와 복분자 일부, 아로니아 몇 개만 발아했습니다. 묘목을 생산하여 이식하고 실제로 수확을 하기까진 시간을 요하는데 1년을 훅 날리는 것이지요. 다행히 복분자는 800여 개를 삽목하였고, 품종이 좋은 것을 찾아 비닐하우스 한 동에 심었습니다. 복분자는 2년 차부터 수확이 가능한데 횡성군에서와 같이 이곳에서도 그 이상의 결과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금까지 저희 영농사역에서 주력으로 했던 것은, 재이주 고려인 정착 지원사역 이였습니다. 많은 가족들의 자립을 도왔고, 그 가운데 그리스도께로 돌아온 분들도 제법되고, 지금도 돌아오고 있습니다. 크레모바센터의 새로운 사역을 통해 이 일이 더 가속화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얼마 전 러시아인 목사님이 저희 영농센터를 찾아왔습니다. 내지로 사역자들을 보내고 있는데 저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하러 왔었습니다. 사역도중 부족한 사역비를 마련하기 위해, 잠시 사역을 중단하고 몇 개월을 일하러 나가고, 다시 돌아와 사역하고, 자금이 떨어지면 다시 나가서 일하고 돌아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던 지라 관심을 가지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제가 다녀본 지역 중에도 몇 천명 단위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지만 교회는 물론 러시아 정교회 조차도 없는 마을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저희 선교사들은 언어의 한계를 비롯하여 여러 제약으로 사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안타까워할 수 마는 없는 상황이지요.
기도하기는 저희 영농사역이 내지사역의 한 축을 담당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시설비닐하우스 2동과 복분자나 특수작물 1~2종을 기른다면 시간을 조금만 투입하고도 사역에 집중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비젼을 갖는 사역자가 있다면 1년간 영농센타에서 기술교육의 과정을 거쳐 내지로 개척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자녀 다섯을 둔 새내기 농부인 바쥠은 경험자인 줴냐와 함께 일하면서 집약적 농업에 대해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대형트럭 운전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는데, 경기 침체로 일거리가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우리와 함께 동역하여 땀을 흘리며 땅을 가는 기쁨이 얼마나 큰 축복이였는지 고백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절뚝거리는 다리를 보며 리마가 한마디 던집니다. “다윗! 꼬시찌(뼈)는 안다쳤소?, 고기만 찢겼으면 다행이요. 곰방 나을 꺼요.” 부족한 저를 아껴주시고 걱정해 주시는 고려인들이 있어서 다시금 힘을 내어 피곤한 무릎을 일으키며 다짐합니다. 하나님의 종으로, 정직한 청지기로, 그리스도의 편지가 되어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기도 제목
1. 다친 발이 속히 완치되고 잘 걸을 수 있도록
2. 크레모바에서 동역하는 바짐과 에브게니에게 지혜와 역량을 주시도록
3. 시범사업 중 복분자와 비타민나무의 삽목이 잘 자랄 수 있도록
4. 나리사의 믿음이 더욱 견고해지고 주님의 평안을 누릴 수 있도록
5. 종택이와 하영이가 방학 중 진로에 대한 좋은 멘토를 만나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도록
6. 영농센터에 함께 일할 수 있는 동역자들 붙여주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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